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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생

시간의 복권에 당첨된다면

일확천금의 복권 당첨자들은 대개 패가망신한다고 알려져 있다. 왜 그럴까?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평소 당첨의 꿈이 이뤄지고 났을 때 살아갈 계획을 돈에 근거해 세운다. 계획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핍됐던 자원의 소비에 맞춰져 있어, 본질적 행복으로 잇는 데 실패한다.

FIRE족의 은퇴는 어떨까? 돈을 벌어놨으니 일을 그만하고 쉬겠다는 것이다. 일이 얼마나 싫었으면 돈이 생겼을 때 바로 던져버릴만큼 밥줄 이상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버는 과정은 혹독하고 괴로웠으리라. 그런 돈을 버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낼 계획을 짤 수 있을까? 돈은 모았으나, 결핍되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채울 생각 이상은 어렵다. 매일의 삶에서 고단했는데 행복을 그리는 연습을 할 겨를이 있었을까. 이른 은퇴를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대견함과 자부심으로 한동안은 버티겠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열심히 의무를 이행하며 산 사람들이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를 마침내 얻는 시점에 이르러 자신의 행복 요소를 찾지 못한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고 애석하다. 치열했던만큼 그것 외엔 알지 못하는 무지, 그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라면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있겠는가?

안락한 노년의 인프라를 미리 준비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것 자체를 목표로 삼고 모든 곁눈을 닫아버리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살면,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유토피아에 가까스로 도달했을지라도 아무 의미 없는 허망함만 껴안고 살아가야 하게 될 수도 있다.
시간의 복권이란, 그토록 바라던 재화를 우리에게 던져주고는 저만치 걸터앉아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그걸로 무엇을 할 지는 내가 정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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