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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혁신이 어려운 이유

당신은 건강검진을 받았고, 의사는 이대로의 당신은 온전히 천수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 경고한다. 그러고 보니 이미 자각증상도 있었다.
집에 오는 길 들른 마트에서 당신은 유기농 코너로 들어선다. 두세배 비싼 가격에 놀란 티를 숨기며 당신은 점원에게 묻는다.

"이건 더 맛있나요?"

"아니요, 대신 몸에 아주 좋은 원료와 재배방식으로 수확했답니다."

합리적 소비자인 당신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늘 가던 매대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원래 먹던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아. 그리고 내가 지금 당장 병 든 것도 아니니까.'

당신의 사고와 판단은 아주 보편적이고 납득할 수 있다. 설사 당신의 지갑이 비어있지 않다더라도 오랜 세월 단련한 절약의 DNA는 당신이 무의식 중에라도 허튼 소비를 하지 않도록 보호한다. 그건 유구한 인류 -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 역사 속에 미덕으로 칭송받아온 면이다.
단지 당신은 유기농 코너에 오늘 모처럼 들어섰던 이유를 습관적으로, 또는 DNA의 집요한 방해로 잊은 것 뿐이다.

당신은 아마도 내년 건강검진 결과가 나올 때 즈음 다시 유기농 코너를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역시 지금만큼 '혁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단단한 결심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예의 소비 패턴으로 돌아가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원래, 내재된 가치관이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오죽하면 '죽을 고비를 넘기거나', '죽을 때가 되어야' 가능한다는 말이 있겠는가.

혁신은 원래 말로는 쉬우나 그리기는 어렵고, 실천하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을 '구성원 모두'가 감내해야 흉내라도 낼 수 있다.
혁신을 할 때 뜯어내야 하는 그 가죽은 바로 나 자신의 살가죽이기 때문이다.


"Doing the same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 is insanity."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반복하면서 내일은 달라질 거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당신이 지금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번짓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혁신은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다.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살가죽을 벗겨내야 하는 일을, 고작 인테리어 공사 정도의 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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