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생신을 앞당겨 주말에 치르게 되면서, 다음 날인 일요일에 떠나게 된 급조 여행. 세상은 넓고 가보지 못한 곳은 많으니, 사실 기회만 되면 나설 빌미는 충분하다.
문제는 둘째가 이제 14개월차에 접어들었고, 과거를 보건대 동남아 노선의 예닐곱시간도 버티기 힘들어 하더란 점이다. 예컨대, '발리에서 생긴 안 좋은 일'의 유일한 요소였다.
거리로 보나, 흥미꺼리로 보나, 일본은 방문이 매우 용이한 지역이다. 게다가 최근의 엔저 현상으로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은 점도 한 몫 한다. 그러나 당연히 절대적인 위험요소가 있으니, 바로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의 방사능 오염 사실이다.
이 위험요인은 사실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진 못하는 모양이다. 대한항공 예약률 페이지에서 보면, 웬만한 도시의 예약률은 방사능 공포를 거의 반영하고 있지 않다. 물론 관광객이 아닌 생업을 위한 승객들도 많고, 특히 일본인이 한국을 방문, 또는 경유하는 경우가 섞여 있긴 하겠다만, 이래저래 일본이 회피지역이란 느낌은 닿지 않는다.
나 자신도 겁날 방사능 오염인데 하물며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생각을 하면, 일본 여행은 '굳이 그런 델 가는 모험'을 치를 동기가 적다. 그럼에도 몇 가지 이유로 결정하게 된 건, 사실 자기합리화도 있음을 인정한다.
1) 단거리 비행: 어차피 중북부는 안 갈 것이고, 대한항공 취항지로 보면 규슈 정도가 그나마 안전. 통상 비행시간 1시간~1시간반 이내.
2) 휴양지 지양: 푸켓과 발리를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엔 조금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
3) 여행정보 찾기 귀찮음: 이건 나 혼자 생각이긴 했지만, 일본으로 가면 내가 조금 방만한 여행준비를 해도 될 거란 기대심리.
시작은 인천-후쿠오카 왕복으로 2박3일, 그냥 '기찻값으로 다녀오자'는 마인드였는데,
후쿠오카 가는 편 예약률이 조금 아슬아슬.
그러다가 "오이타는 텅 비어있는데?"라며 비행편 맞추려고 전체 일정 하루 추가. 일요일 출국, 수요일 오전 귀국으로 급조 완성.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하며 큰 결심꺼리가 하나 있는데, 이것과 여행 준비가 겹치면서 정신없이 여행일이 닥침.
어쨌든 트렁크 하나, 유모차 하나 밀고 출발하게 되었다.
+++
혼네와 다떼마에가 공존하는 기묘한 세계, 일본.
극우와 한류가 함께 섞여 흐르는 기묘한 관계, 일본.
내가 나이를 먹으며 더 편향된 선입견을 갖게 된 이유도 있겠고
5년 전 그들도 변하는 세상에서 달라졌을 수 있겠고
어쩌면 변함 없는 시간 속에 서로 조금 다른 타이밍과 장소를 스쳐간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조금 더 그들의 본질적 내면을 느꼈다고 말한다면 건방진 감상일까.
그래도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불확실과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받아들이려는 눈을 크게 뜨면
나들이는 즐겁다.
함께 있어 행복한 이들과 함께.
+++
그래도 조금은 남쪽이니까 조금은 더 따뜻하겠지 그런 안이한(!) 마음가짐과, 최근 연이은 여행 물거품 건(하와이, 홍콩)으로 인해 침체된 심리에 위로를 주고자, 밑도 끝도 없이 저지른 여행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규슈 여행 2015 (2), 유후인의 아침 (0) | 2015.04.05 |
---|---|
규슈 여행 2015 (1), 오이타, 규슈의 심장으로 (0) | 2015.01.29 |
남원 여행 2일차 - 지리산 정령치 (0) | 2015.01.29 |
남원 여행 2일차 - 남원 스위트 호텔 마당 (0) | 2015.01.28 |
남원 여행 2일차 - 지리산 자락의 아침 (0) | 2015.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