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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 Days before Life

오래 전 기억 속 불꽃놀이

어릴 적 불꽃놀이를 본 기억은 없다. 당시엔 그런 축제 분위기 자체가 없던 시절이고, 화약류란 군용 외에 드문 시대였을 것이다.

한강 불꽃축제란 것도 대학생이 된 이후 생겨난 행사였고, 어린 시절부터 불꽃놀이는 문방구에서 사다 피워(?) 본 조막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모항 해변에서 가족들과 쏘아본 폭죽이 마지막이었던가.

얼마 전부터 동네에서 이곳저곳 한밤에 폭죽을 쏘곤 한다. 노는 아이들이 어떤 부류인지 모르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놀고 싶어 그러는 거겠지. 오늘도 저 멀리 쏘아올리는 불꽃을 보며, 새해가 밝으면 또 마구 터뜨리려나 생각을 하며 창 밖을 보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들 이리 사오는 걸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번뜩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나타났다.

27년 전 겨울, 첫 유럽 배낭 여행 중 뮌헨에서 맞이한 새해. 1996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 저녁 뮌헨 시내 쇼핑몰에는 폭죽을 여럿 품에 들고 계산 줄에 서 있던 아저씨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집으로 가 아이들과 아내와 저녁을 먹고 저 폭죽을 즐기며 새해를 맞이하려는 가장들이라 생각했었다. 우리 일행도 주섬주섬 폭죽 몇개를 샀던가 싶은데, 숙소 주변이 지독히도 고요한 주택가라 (그리고 아무도 폭죽은 커녕 파티 분위기조차 엿보이지 않아서) 괜한 소음은 만들지 못하고 소심히 Happy new year라 외치며 눈발 속을 내달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와 있는 나라는 사람은 과연 가정이 있는 가장이 맞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새해를 맞이하며 폭죽을 쏘아올리는 수 많은 이들 속에, 난 또 한번 정체성과 방향성을 가다듬느라 기분이 이상해지겠지.
난 누군지, 여긴 어딘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앞으로 어쩔 건지. 질문은 많고 답은 아직 하나도 없다. 여전히 나는 답보다 답을 찾는 여정이 중요한 거라 날 안심시키려 애쓰는 중이다. 올바른 다독임인지 확신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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