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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이상적인 직장의 요소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 탐색을 하는 이에겐 그다지 많은 선택권이 없다. 다만, 이직자에게 주는 조언도 두루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학교라는 알을 깨고 나온 시점부터 모든 걸음은 '첫 걸음'이 된다.

 

Upfly의 여러 동영상이 전하는 각종 tip들은 그 자체가 직접적인 도구로서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어떤 원칙에 관한 영상이나 글은 개개인의 서로 다른 상황에서도 어느정도 일관성 있게 통용될 거란 생각이 든다.

그 중 몇 가지.

 

<좋은 직장의 구성 요소>

1. (이 직장에서의) 배움의 가능성 : 내게 주어질 R&R(권한과 책임)이 새로운 배움을 주는가.

2. (향후 직장의) 커리어 옵션 : 1번과 연계된 항목이다. '미래의 나'라는 관점에서 '지금의 강화' 또는 '새로운 기회' 면에서 내게 더 많은 가능성을 주는가.

3. 이 업체가 갖는 시장 지위 :  세계 시장에서의 지위. 통상 어느 규모 이상의 기업이라면 여러 사업 분야를 갖고 있고, 지금 바라보는 부문이 cash cow 사업인가 신사업 분야인가에 따라 동일 기업일지라도 시장 지위가 달라진다. 물론, 회사 내 입지도 다르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법한 글로벌 기업인데 신사업 벌였다가 이런저런 내외 사정으로 접거나 팔아버리는 경우도 여럿 있으니 브랜드 후광과 그 직무분야를 구분해야 한다. 단, 업계 1위라고 늘 안전하며 선도적인 것도 아니고 스타트업이라고 불안정하다 선입견을 가져서도 안 된다고 본다.

생각해 보니 가장 까다로운 분석이 필요한 항목이네.

4. 회사 문화 : 3번이 까다로운 분석을 필요로 한다면 이 항목은 상당한 운이 따라야 한다. 어쩌면 인맥을 통해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인맥이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지는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럴 경우 '지인이 있는' 분야와 회사로만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입수한 정보가 객관적이라는 증거도 없기 때문에, 모든 판단은 듣는 당사자의 결정에 달려있다. 해외 기업은 Glassdoor 등에서 전현직자의 리뷰를 볼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보는 사람의 결정에 달려 있다. 난 보통 Cons 쪽을 읽는데, 여러 사람의 cons로 일관성 있게 등장하는 내용은 비교적 신뢰할만 하다. 그 단점이 내 입장에서도 치명적이라면 (또는 현재 번뇌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라면) 그 회사 자체를 배제하는 편이 낫다. 기업문화란 그리 단기간에 개선되지도 않거니와, 문화 혁신 권한을 가진 경영진은 보통 '문화'가 회사발전의 저해 요소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그래서 '프로세스' 같은 것만 이리저리 매만지는 모양이다)

 

써놓고 보니, 나라면 우선순위를 이렇게 매기겠다.

4 - 3 - 2 - 1

이건 순전히 내 입장이다. 배움이 필요 없어서라는 자만이 아니고... 이제 직업세계에서 안정적으로 헌신하기 위해 '문화' 같은 것이 일을 훼방하고 감정동요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 탓이라 생각한다. 배움이나 커리어 옵션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문화가 온전치 않으면 결국 주어진 일을 FM대로 하는 것이 주업무인 (군대 같은) 곳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직무상 특성을 가리키는 것이지 직업 폄훼가 아님을 밝힌다)

만약 사촌동생이나 조카가 사회 초년생으로서 조언을 구한다면,

3 - 4 - 1 - 2

이 순서는 직업적 사회 생활 경험이 아직 적지만 두루 익혀나갈 기회와 범위가 넓은 이를 가정한 지침이다.

어떤 면에선 집단지성 또는 군중심리의 선택을 따르는 다소 안이한 기준일 수 있는데, 도전의 종류는 본인의 몫이니 강요하듯 말할 것은 아니겠다.

다만, 어떤 회사가 명성에 걸맞는 내실을 가졌는지 외부에서 판단하기 힘들다면

업계의 지위(3)가 실제 실력(1)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물론 기술력이 아닌 정치력이나 독점적 사업의 현금이 새로운 삽질을 때워주는 형국일 수는 있다.

그리고 좋은 회사 문화는 좋은 가풍처럼 재정적으로나 경영철학적으로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형태의 비전을 함께 갖고 있어야 가능한 장기적 산물이다. 또한, 좋은 회사 문화가 있다면 평균 근속도 길어지는데, 그런 곳이어야 전문 경력을 탄탄하게 쌓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이 2~3년마다 직장과 직군을 넘나드는 건 비범한 모험가가 아닌 이상 특별한 사유가 있었는지 묻고 싶게 만드는 행적으로 평생 남게 된다. 결국 좋은 회사 문화(4)가 본질적 배움(1)과 커리어 계발(2)의 밑바탕이자 가능 여부를 미리 진단할 잣대라 봐도 좋다.

사실 회사 문화가 글로벌 최고 수준일 필요는 없고 그걸 주목표로 삼다간 다른 기회를 놓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금전보상이나 기타 혜택으로 겨우 감내해야 할 정도의 저질임이 분명하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때론 그런 경험이 '험지 생존 능력'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직업적 성장판이 열려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삶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구린내가 나는 일터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뿐만 아니라 자칫 본인의 직업적 소명의식이나 업무 문화가 오염되어 훗날 어느 곳에서도 반겨주지 않을 위험까지도 고려해야 하기에 어지간한 사정이 아니라면 말리고 싶은 일이다. 체계도 배려도 없는 전쟁터에서 배운 기술이란 기업 조직 공동체에서 원만한 구성원으로 협력할 때 최우선의 고려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나 역시 경력직 면접을 볼 때 면접자의 기본으로서 살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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