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necdotal epicism

아로미랑 2015. 5. 23. 22:53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하고 또 아쉬운 이유는

 

내일 또 새싹잎처럼 자라나 있을 아이들을 기대하는 설레임에 행복하지만

 

오늘의 요 조그만 녀석들과는 작별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우리도 언젠가 녀석들 곁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겠지만

 

녀석들끼리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떠나며 작별을 할 거란 생각을 하면

 

내 새끼들은 죽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바램을 가져보고 싶어진다.

 

이런 게 부모 마음일까.

 

그래도 두 녀석을 만들어 놔서 참 다행이다.

 

 

먹이를 먹으려고 있는 힘껏 입을 벌리고 바르르 떠는 작은 녀석의 눈빛 속에

 

내 먹은 걸 게워 새끼들을 먹이는 걸로 하루를 보내는 어미새의 모습이 비친다.

 

 

거시인생과 미시인생이 염기배열처럼 꼬여 이어지는 이 긴 삶의 DNA 가닥이 조금씩 늘어나는 속도로

 

나라는 미시개체와 인류라는 거시개체가 뒤엉켜 꼬물꼬물 자라나는 것 같다.

 

한 인간 인간의 lyric이 모여 인류사의 epic을 엮어가는 것처럼

 

나는 오늘도 대서사시의 한 귀퉁이에 자그맣게 끄적거린다.

 

단기 4348년 서기 2015년 5월 23일 맑은 토요일,

 

인간, 행복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