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아름다운 소풍이란다
아들아, 딸아,
너희는 언젠가 아빠를 닮은 앞 세대들과 자리를 다퉈야 하고
아빠는 언젠가 너희를 닮은 다음 세대들과 기득권을 놓고 싸워야 할 수도 있단다.
너희는 그게 아빠라고 생각하며 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
아빠 역시 그게 너희라 생각하며 선뜻 자리를 내어줘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원래 인류는 그렇게 역사를 이뤄왔단다.
하지만 기득권의 세력들은 언제나 우월한 위치에서 수성을 하고
새로이 터를 잡아야 하는 도전 세력들은 피땀을 흘리며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 공성을 해야 하는
그 내전의 고통은 거듭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기도 하다.
사실 기득권 중 차세대를 단련시키고자 마음 아픈 악역을 하는 이가 얼마나 있겠느냐.
다 제 살 길이요, 제 혈통만 보살핌이겠다 싶다.
그러한 면에서 나의 수성 전투 역시 나 하나의 영달은 아닐지라도
결국 내 피를 나눠받은 너희들 정도의 평안함과 유리함을 위하여 치르는 전쟁이 아닐까 한다.
그리하여 나는 내 칼에 정당성을 외쳐 부르며 너희를 닮은 아이들을 찌르고 베고 쓰러뜨림에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그들도 자신들의 아빠를 닮은 나를 찌르며 미안함과 살고 싶음의 혼돈 속에 비명을 지를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늘 그렇듯 이기적이어 왔지만
지금도 그래야 하는가
나도 그래야 하는가
너희도 그래야 하는가
우린 서로 누군가를 닮았고
그래서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가슴을 가졌음에도
더욱 잔혹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게임의 룰은 누가 만든 것이며
왜 만든 것인가
질문하고 생각해 내지 못한다면
수천년, 수만년 간 갇혀 온 사고의 족쇄에서 우리는 영원히 해방되지 못 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인류의 원죄가 아니겠느냐.
부디 너희 세대로 건너는 다리 위에선 보다 많은 현자가 이를 깨닫고 답을 구하여
인류를 구원하면 좋겠구나.
삶은 원래 아름다운 소풍이란다.